2010년도 국내 한 치과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가 발치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환자는 치은의 심한 염증이 두개저까지 진행된 상태였으며, 패혈성 뇌염과 색전성 폐렴이 의심되어 응급중환자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경부 심부 감염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당뇨병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감염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음에도, 의료진이 이러한 병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치료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염이 확대된 원인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치를 시행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당뇨병 환자가 치과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다면 가까운 치과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당뇨병은 상처 회복과 감염 위험에 영향을 주는 질환인 만큼, 일반 환자보다 조금 더 세심한 진료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치과치료 시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겠다.
당뇨병의 주요 증상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 만성질환이다. 대표적인 전신 증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소변량 증가(다뇨)
- 식욕 증가(다식)
- 심한 갈증과 과도한 수분 섭취
- 쉽게 피로해지고 기운이 없음
- 두통
- 탈수
- 피부 가려움
- 메스꺼움과 구토
- 의식 저하
- 체중 감소 또는 증가
- 호흡 시 아세톤 냄새
이러한 증상은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구강 증상
당뇨병은 구강 건강에도 여러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상처 치유가 늦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치주염이 쉽게 진행하거나 치료 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또한 구강건조증이 흔하게 나타나는데, 침 분비가 감소하면 충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구강 내 세균이나 곰팡이가 쉽게 증식한다. 그 결과 칸디다증, 입안이 화끈거리는 구강작열감, 미각 변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치과치료 시 주의해야 할 사항
기본적인 진료 원칙
당뇨병 환자의 치과치료에서는 치료 시간을 가능한 짧게 하고 불필요한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흔히 Short, Atraumatic Stress Reduction Protocol이라고 한다.
또한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 당일에는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오전에 진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구강건조증이 심한 환자라면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구강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당이 잘 조절되는 환자
공복 혈당이 약 200mg/dL 이하로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치과치료가 가능하다.
검진, 방사선 촬영, 충치 치료는 물론 치석 제거, 치근활택술, 신경치료, 단순 발치, 소파술, 간단한 치은절제술, 복잡한 수복치료, 단일 임플란트 식립까지 시행할 수 있다.
다만 발치 후 감염이나 출혈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바로 발치하기보다 먼저 근관 개방이나 절개 및 배농술로 감염을 조절한 뒤 발치를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반면 여러 치아를 동시에 발치하거나 매복치 발치, 치근단 절제술, 다수의 임플란트 식립, 치조제 증대술, 상악동 거상술과 같은 비교적 큰 수술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예방적 항생제 투여, 진정요법, 식이 및 인슐린 조절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전악 임플란트, 악교정수술, 자가골 이식, 양측 상악동 거상술처럼 난도가 높은 수술은 중등도 이상의 전신질환이 동반된 경우 내과 협진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
공복 혈당이 250mg/dL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도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치료 시간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검진, 방사선 촬영, 간단한 충치 치료는 대부분 가능하다. 치석 제거나 신경치료, 단순 발치, 치은절제술, 단순 임플란트 등은 환자의 전신 상태와 혈당 조절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광범위한 외과적 수술은 혈당이 안정될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응급상황 대처
저혈당 쇼크
인슐린을 과다 투여했거나 식사를 거른 경우에는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의식 혼란, 식은땀, 손 떨림, 신경과민,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경련이나 의식 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즉시 설탕, 사탕, 주스 등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의식이 저하된다면 포도당 정맥주사, 글루카곤 근육주사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모르핀, 바르비투레이트, 살리실산계 약물, 이소니아지드 등 일부 약물은 혈당을 낮출 수 있으므로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당 혼수
혈당이 300~600mg/dL 이상으로 크게 상승하면 고혈당 혼수가 발생할 수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인슐린 조절 실패, 식이조절 부족, 심한 스트레스 등이 있으며, 호흡이 빨라지고 입에서 아세톤 냄새가 나며 점차 의식이 저하될 수 있다.
응급처치는 기도를 확보하고 필요하면 산소를 공급한 뒤, 인슐린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즉시 전원하는 것이다.
치과에서는 환자의 불안과 긴장을 최소화하여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관리 방법이다.

마무리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치과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혈당이 잘 조절되는 상태라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치과치료는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다만 당뇨병은 감염 위험과 상처 회복 속도에 영향을 주는 질환인 만큼, 환자의 혈당 상태와 전신 건강을 충분히 고려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환자 역시 평소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고 치과 방문 전 현재 복용 중인 약물과 전신질환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안전한 치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참고문헌
전신질환자 치과진료의 임상길잡이, 군자출판사